한가위 편의점 도시락 대격돌 승자는?

이은경 | 기사입력 2019/09/16 [09:06]

한가위 편의점 도시락 대격돌 승자는?

이은경 | 입력 : 2019/09/16 [09:06]

 한가위 앞두고 편의점들 특별한 도시락 출시

씨유 ‘신동진 쌀밥한정식’·지에스25 ‘한상가득도시락’·세븐일레븐 ‘한가위도시락’과 ‘오색잡채’

요리연구가 정미경·요리사 김동영·푸드 칼럼니스트 백문영 시식

“신동진 쌀밥한정식 질 좋은 쌀로 만든 밥이 굿”

“한상가득도시락 명절 느낌이 나고 맛도 이 중 최고”

“오색잡채는 이것만 사 밥과 비벼 먹고파”



한겨레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의 만찬은 편의점 도시락이다.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은 한가위. 외식도 쉽지 않다.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 한 끼 때우려고 해도 식재료 살 곳이 없다. 이럴 때는 ‘한가위 특선’이란 문패를 달고 출시된 편의점 도시락에 눈이 절로 간다. 하지만 그중 명절 밥상 같은 도시락이 있을까? 씨유(CU)의 ‘신동진 쌀밥한정식’(5900원), 지에스(GS)25의 ‘한상가득도시락’(5900원), 세븐일레븐의 ‘한가위 도시락’(4900원)과 ‘오색잡채’(2500원)를 비교해 봤다. 30여년간 요리연구가로 활동한 정미경(58)씨와 음식 칼럼니스트 백문영(31), 한식주점 ‘제육원소’의 요리사 김동영(36)씨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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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명절 느낌이 나는가?

정미경(이하 정)·김동영(이하 김) ‘지에스 25’가 정성이 느껴진다. 화양적과 생선전 같은 전이 들어가 있어서 명절 느낌이 난다.

백문영(이하 백) ‘씨유’에 눈길이 간다. 쌀밥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패키지 안에 작은 패키지가 있다. 디저트 박스다. 그 안에 떡이 있는데, 이렇게 패키지를 분리한 게 좋아 보인다.

김·백 세븐일레븐은 두 개라 눈길이 간다. ‘오색잡채’와 ‘한가위도시락’ 두 개다.

세븐일레븐의 구절판 느낌나는 패키지는 명절 느낌을 준다.

기자 씨유(CU)의 ‘신동진 쌀밥한정식’부터 맛보자. 국산 쌀 ‘신동진미’가 밥 재료다. 반찬은 12가지. 구매 고객 중 추첨 통해 ‘신동진미’ 2㎏ 증정하는 이벤트를 15일까지 진행한다.

쌀의 질은 좋다. 메인 반찬인 제육복음은 푸짐하다.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다른 반찬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잡채 면이 너무 불었다. 어묵은 아예 조리를 안 한 거 같다.(웃음)

면이 잘 끊기는데, 잡채는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어묵은 같은 생각이다. 반찬 수에 견줘 밥양이 적다.

요즘 젊은 사람들 밥을 적게 먹는다. 그 점을 고려한 것 같다. 패키지 안에 있는 작은 박스는 귀엽다. 데울 경우 이 박스(찹쌀떡·무말랭이·백김치볶음)만 따로 빼두면 된다. 전체적으로 음식 색이 같아서 다양해 보이지 않는다. 튀김 종류가 너무 많다. 개운한 느낌 주는 음식이 없어 아쉽다.

슴슴한데, 그렇다고 ‘건강한 맛’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개운한 느낌 줄 수 있는 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말랭이와 백김치가 그 역할을 해줄 거 같진 않다. 탕수육은 명절 음식이 아닌데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제육볶음은 맛있다.

반찬 칸을 채우기 위해 손쉬운 조리법을 활용한 거 같아 아쉽다.

콩자반은 전 연령대가 싫어하는 반찬 아닌가? 지단 채 썰어 올린 것은 감동적이다. 떡이 맛있다.

좋은 쌀 써 밥은 괜찮다. 밥과 먹기 좋은 반찬은 제육볶음, 무말랭이, 백김치볶음 정도다. 콩자반은 상에 잘 오르는 반찬이다. 단백질 보충 식품으로 콩자반은 좋다. 하지만 이 도시락에서 콩은 상태가 아쉽다. 채소가 적은 편이다.

기자 1900년대 초엔 한가위를 ‘가배일’, ‘중추’라고 불렀다. 햅쌀로 술도 빚었다. 하얀 쌀밥은 명절에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자, 이젠 지에스(GS)25의 ‘한상가득도시락’ 먹어보자. 9가지 음식을 반찬으로 구성했다. 19일까지 구매하는 고객에겐 ‘진라면 소컵’을 증정한다. 앱 통해 한가위 연휴 동안 이 도시락을 예약 주문한 고객 중 5000명을 추첨해 한과도 선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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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두 개나 있어서 명절 밥상 같다. 전 부치는 일은 피곤하다. 명태전도 이만하면 가정에서 만든 것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알차게 만들려고 한 의지가 보인다. 잡곡밥은 좀 더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잡채도 시금치, 고기, 버섯, 당근 등 구색 맞춘 흔적이 보인다. 고기도 볶기만 한 게 아니다. 구운 고기를 잘라 다시 양념에 조린 후 담았다. 가쓰오부시 향이 살짝 나는데, 그게 좀 아쉽다. 한식 양념을 사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담은 모양새가 정갈하다. 김치 위에 마늘 조각, 콩나물엔 홍고추 등 색감을 맞췄다. 초록색 청경채 위에 깨도 보인다. 잘 차려진 한 상을 받은 느낌이다. 명태전은 비린 맛이 안 나고 밀가루 피가 두껍지 않다. 신의 한 수다. 밥은 눌러 담지 않는 느낌이다. 떡이 없는 게 아쉽다.

다른 도시락은 홑겹인데, 이것은 두 겹이다. 받았을 때 안정감이 있다. 서양식에서 보면 접시 위에 그릇 올리고 그 위에 음식 담아낸다. 정성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떡갈비는 살짝 짠데, 괜찮다. 명절 도시락은 기분이다. 혼자 있지만 잘 챙겨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면에 합격점 주고 싶다.

잡채 면도 뚝뚝 끊어지지 않는다. 많이 붓지도 않았다. 고기의 향이 조금 아쉽다.

남길 게 없다. 고기는 양념에 한 번 더 조려서 질감이 조금 단단하다. 이런 조리법을 사용해도 부드러울 만 한 고기를 썼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가격 대비 괜찮은 편이다. 익힘 정도를 보면 ‘지에스25’는 자체 레시피가 있는 듯하다. 나름대로 시스템이 있다.

보통 도시락엔 볶음김치 같은 것을 넣더라.

보존성 때문에 볶음김치 넣는다. 김치는 발효가 일어나는데, 볶으면 멈춘다. 김치는 생각보다 쉽게 발효한다. 가스 나오면 도시락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볶음김치를 쓴다.

데우는 음식이 편의점 도시락이다. 콩나물이나 김치를 뜨끈하게 먹고 싶진 않다.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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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세븐일레븐 도시락 먹어보자. 16일까지 이 도시락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스낵면 소컵’을 증정한다고 한다. 돼지고기, 버섯, 부추, 당근, 달걀지단 등을 넣은 ‘오색잡채’가 독특하다.

이것은 쌈장일까? 고추장일까? 볶음고추장 같다. 패키지에서 밥 부분이 너무 넓다.

나물, 고추장으로 비빔밥 해먹으라는 거 아닌가.

약고추장이다. 비빔밥 만들기엔 나물 양이 적다. 건취나물볶음 하나 밖에 없다.

반찬 개수가 두 업체에 견줘 적지만 떡은 두 개다. 은행 두 알 넣는 건 좋아 보인다. 맛은 그다지 환영할 만하지 않지만.

반찬의 양이 밥양에 견줘 적다. ‘오색잡채’는 이 가격에 훌륭하다. 잡채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귀찮지만 명절엔 먹고 싶은 음식이다.

도시락 안 잡채와 ‘오색잡채’는 차이가 있다. 아쉽다. ‘오색잡채’는 얇게 썬 고기, 양파 등도 있어 좋다.

떡이 명절 느낌 낸다. 하지만 떡갈비는 아쉽다. 반찬 양이 적으니까 ‘혼추족’ 입장에서는 아껴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건취나물을 선택한 건 칭찬해줄 만 하다. 하지만 맛은 좀 아쉽다.

건취나물은 불려야 하고 조리하기가 쉽지 않은 식재료다. 요리하는 이들은 알지만, 편의점에서 직관적으로 뭔가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추튀김 있는데, 튀김류는 눅눅해지기 쉽다.

도시락에 들어있는 잡채와 ‘오색잡채’는 조리법이 다르다. 추측하건대 전자는 끓는 물에 당면을 그냥 삶은 후 조리했다면, 후자는 아예 양념한 물을 사용한 거다. 물에 간장, 단맛 내는 것, 식용유 등을 섞고 그 물에 삶았다. 그러면 색과 맛이 면에 고루 밴다. 면도 덜 붓는다.

명절에 ‘오색잡채’와 밥을 비벼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고추장 넣었으면 3칸은 세 가지 나물을 담고, 전, 고기, 김치 한 칸씩 구성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은행 넣은 거 보면 나름 신경은 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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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총평 부탁한다. 한가위에 편의점 도시락 고른다면?

한 끼 먹을 때 영양적인 조화가 중요하다. ‘지에스25’는 어느 정도 그런 조건을 갖췄다. 나름 숙련된 사람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명절 분위기도 난다. 씨유는 튀김 등 기름 요리가 다소 많은 듯하다. 후식 신경 쓴 것은 좋아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조화가 부족해 보여 조금 아쉽다. ‘지에스25’를 선택할 거 같다.

편의점 업체 모두 노력한 거 좋다. 잡채, 고기, 버섯볶음 등 기본 구성을 갖췄다. ‘지에스25’가 마음에 든다. 명태전이 돋보였다. 명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다. 씨유는 떡과 제육볶음이 맛있다. ‘세븐일레븐’은 ‘오색잡채’가 마음에 들었다. 즉석 밥 사서 비벼 먹을 거 같다.

씨유는 밥의 질은 좋은데 반찬이 아쉬웠다. 가격 내려서 제육볶음과 밥만 있는 도시락을 만들면 좋겠다. 한가위엔 ‘지에스25’ 도시락을 살 거 같다. ‘세븐일레븐’은 약고추장이 맛있다. 혼추족을 위해 업체 3곳이 이런 상품 출시한 건 칭찬해주고 싶다.

조선시대엔 ‘유반’(遊飯)이란 게 있었다. 밥 아래 식해, 회, 구이 등을 넣어 담은 것이다. 한자를 풀이하면 그야말로 ‘놀러 갈 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오늘날로 치면 도시락이다. 간편함을 미덕으로 내세우는 음식이지만, 명절에는 정성 담은 도시락이 간절하다.

정도를 걷는 얼론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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