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10월엔 최장수 총리, 황교안 '반 조국' 보수통합 탄력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09/16 [08:42]

이낙연 10월엔 최장수 총리, 황교안 '반 조국' 보수통합 탄력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9/09/16 [08:42]

 

내년 총선 좌우할 여야 8인

김부겸 불모지 대구 재선 노려

유승민 대구냐 수도권이냐 고민

오세훈 광진을 당원 모집 총력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도 추석 밥상머리 대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대선이 2년 넘게 남아있지만, 이들의 지지율과 정치 행보는 향후 정국의 판세를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의 '키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총선 구도를 좌우할 여야 8인의 추석을 돌아봤다.   


 

◇이낙연·황교안, 총선 승리 이끌어야 대선 가도 선점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코리아가 SBS 의뢰로 지난 9~11일 실시한 대선 지지율 결과를 추석 연휴 기간에 내놓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9%로 1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4%로 2위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총리는 이번 추석 연휴를 독서로 채웠다. 이 총리는 15일 페이스북에 연휴 기간 읽은 3권의 책을 소개했다. 『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장대환),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문술미래전략대학원ㆍ미래전략연구센터)등이다. 이 총리는 대한민국 6대 과제(저출산 고령화ㆍ사회통합 갈등해결ㆍ평화와 국제정치ㆍ지속적 성장과 번영ㆍ지속가능한 민주복지 국가ㆍ에너지와 환경문제)를 거론하며 “모두 만만찮은 과제다. 그러나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다”고 적었다.

중앙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상근 청해부대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각계·각층에서 국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전화통화 시간을 가졌다

 


이 총리는 오는 10월 말이면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2년 5개월)를 기록한다. 관가에서 불리는 이 총리 별명은 ‘이테일’이다. ‘이낙연+디테일(세부 내용)’의 합성어다. 당내에선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판을 진두지휘하거나, 서울 종로ㆍ세종 등 상징지역에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총리의 강점으로 '안정감'을 꼽지만, 상대적으로 당내세력기반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황 대표도 추석에 읽은 책을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권리를 위한 투쟁』(루돌프 예링)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 책에) ‘생명과 자유는 날마다 얻어지는 게 아니라, 날마다 쟁취해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쓰여있더라”고 적었다. 페이스북에 적은 대로 황 대표는 연휴 기간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섰다. 14일 저녁 6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조국 임명 철회 1인 시위’도 했다.

중앙일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계단에서 열린 추석 민심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사석에서 “이기는 총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일단 “보수가 뭉치지 않으면 총선 필패”라는 공공연한 말처럼 그는 보수 대통합 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던 보수통합이 ‘반(反)조국’을 모멘텀으로 불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에서 ‘극우’ ‘친일’ 프레임을 걷어내고 ‘개혁 보수’ ‘중도’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게 진짜 황 대표의 과제란 시각도 있다.   


 

◇'험지'에서 재기 노리는 김부겸, 유승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대구 수성갑)은 유력 대선 후보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선 2.1%로 전체 10위에 그쳤지만, 여권의 불모지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진보 진영에서 ‘바보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대구ㆍ경북(TK)지지율은 20%밖에 안 됐다.

그래서 김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난 4월부터 대구에 살다시피 하며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중엔 서문시장 등을 돌았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청 문화홀에서 공정산업경제포럼 초청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4선, 대구 동을)은 이번 차기 주자 여론조사에서 5.3%로 전체 4위(야권 2위)를 기록했다. 그런 유 의원에게도 대구는 험지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선 이후 지금까지 ‘배신’의 낙인이 찍혔다. 그래서 수도권으로 '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수 정치인 가운데 수도권ㆍ2030세대 등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유 의원은 지난 6월 “저는 어려운 길로 간다. 제게는 대구 동을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대구와의 ‘화해’냐, '중도공략'이냐는 두 갈림길에서 고민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당 중진은 “당내 비토세력도 있지만 유 의원이 한국당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달리 볼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9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잠행 중인 임종석, 박토 가꾸는 오세훈



서울에 새 둥지를 마련하려는 여야 2인도 총선변수 중 하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월 서울 은평구에서 종로구 평창동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종로 출마’ 카드를 뽑았다. 하지만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의 교통정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주로 등산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 지인은 “당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지리산ㆍ설악산ㆍ한라산 등 전국의 명산은 거의 다 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5월 1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반면 오세훈 전 시장은 일찍 진로를 정했다. 서울 광진을로, 한국당엔 험지(險地)다. 15대~20대 총선까지 민주당 측이 6차례 독식하고, 추미애 의원이 5차례 당선된 곳이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에서 14대 총선 이래 한국당 계열이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곳은 강북을과 광진을, 둘 뿐이다. 오 전 시장은 요즘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2월만 해도 400명이었던 핵심당원이 현재 3000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오 전 시장 측근은 “박토(薄土)를 옥토(沃土)로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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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외지만 존재감 남다른 유시민, 김병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누차 말해왔다. 그의 말대로 당장 내년 총선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 수 있어 장외총선변수로 꼽힌다. 그는 이번 '조국 정국'에도 등장해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일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건립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추석 연휴 기간 대구에서 사흘(13~15일)을 머물렀다. 김부겸 의원의 대구 수성갑 출마설이 제기되지만, 노무현 정부 출신이라 아직 ‘보수의 본진’인 대구에서 지분을 인정받진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TK가 관심을 줘야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7월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징검다리 포럼' 대구 창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징검다리 포럼은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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