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9% 뛸때, 저소득층 근로소득 29% 줄었다

김용진 | 기사입력 2019/08/23 [08:16]

최저임금 29% 뛸때, 저소득층 근로소득 29% 줄었다

김용진 | 입력 : 2019/08/23 [08:16]

 

조선비즈



소득 하위 20% 가구가 올해 2분기(4~6월) 근로소득으로 벌어들인 금액이 2년 전에 비해 17만6871원(28.7%) 줄었다. 소득 주도 성장 일환으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 인상되는 동안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29% 감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하위 20%(1분위)의 가계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이어 며칠 뒤엔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을 바꾸며 '소득 주도 성장' 강행을 선언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소득은 더욱 뒷걸음치고, 빈부 격차는 갈수록 악화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소득 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500원으로 작년보다 불과 562원 늘었다.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이는 일해서 돈을 더 번 게 아니라 공적연금·기초연금과 같은 '이전(移轉)소득'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1분위 가구의 지난 2분기 월평균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9.7%나 늘어난 65만2100원으로 전체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저소득층의 주머니 사정은 심각하다. 지난 2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만8700원으로 작년보다 15.3% 줄었는데 벌써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장 기간 마이너스다.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일회성 일자리를 쏟아내는데도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과장은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으로 노인 가구에서는 큰 폭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쥐어짜 낸 단기 일자리 덕에 근로소득이 더 내려가는 것을 그나마 막았다는 얘기다. 세금·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손에 쥐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도 1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 2분기 월평균 104만9400원으로 작년보다 1.3%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역시 6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소득 상황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과 달리 15.8%나 증가했는데, 이는 2~3분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면서 이들의 소득상 지위가 1분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반면 고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 1분위 소득은 제자리걸음했지만 5분위 소득은 3.2%나 증가한 942만6000원을 기록했다. 5분위 소득은 지난 1분기(-2.2%)를 제외하고, 지난 2016년 이래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심지어 각종 정부 지원금도 고소득층에 쏠리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적 이전소득'의 경우 지난 2분기에 5분위 가구는 전년 대비 29.3%나 늘었는데, 1분위와 2분위는 각각 18.8%와 1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과 관계없이 가구당 자녀 수에 따라 지급되는 아동수당처럼 '보편적 복지'를 위해 주는 지원금이 오히려 빈부 격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5.30배로 작년 2분기(5.23배)보다 0.07배나 더 벌어졌다. 2분기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2분기에도 5분위 배율은 5.24배였다. 그런데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소득 개선 정책과 기초연금 인상 등 재분배 정책 추진에 힘입어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는 엉뚱한 평가를 내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소득 분배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저소득층 고용 감소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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