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모호한 정의에 혼란 불보듯

김동수 | 기사입력 2019/07/19 [10:27]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모호한 정의에 혼란 불보듯

김동수 | 입력 : 2019/07/19 [10:27]

 참고사례 없고 사업장별 대응체계도 미비

인사권 침해·사업장 분쟁 등 악용 가능성도

“법보다는 기업문화”…‘과잉형벌’ 논란 여전

재계 “현장의 목소리 반영…적용 신중해야”

헤럴드경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입법 적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호한 개념 정의와 참고사례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인사권 침해와 사업장 분쟁에 악용될 소지도 남는다. 재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적인 검토를 거친 법안이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기존 사업장 모델을 전제로 작성한 매뉴얼을 지난 2월 발간해 보급했지만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진 못했다”면서 “괴롭힘 행위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자체가 쟁점의 해결에 도움을 주기 힘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보다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이유다. 단기 여론에 따른 입법이 사회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업들은 법 규정의 명료화와 적용사례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절반(45.5%)은 ‘괴롭힘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참고사례 등 정보 부족(37.2%)’, ‘괴롭힘 행위자의 처벌 수위 기준 정립(24.9%)’ 등도 개선점으로 꼽았다.

괴롭힘의 행위 유형은 넓고 복합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직장 내 따돌림 발생률 차이에서 질문 방식에 따라 가해자가 다르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사는 주관적 방식에선 주요 가해자가 동료(53.3%)에 집중됐지만, 도구적 방식에선 직속상사(59.6%)가 많았다.

기업의 고민거리도 크다. 개정안에 따르면 징계 규정에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징계 사유로 추가하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돼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인사·업무 조치의 상당성 여부의 기준 역시 사례가 축적돼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인사관리 영역이 경영권으로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임을 고려하면 피해 근로자에 불리한 조처를 하는 것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건 과잉형벌”이라며 “여론이 입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만큼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은 ▷괴롭힘 사실 확인 조사 체계 수립 ▷직장 내 괴롭힘 발생으로 인해 와해된 조직문화 회복 방안 강구 ▷단체협약 개정 요구 시 노동조합의 협조 의무화 ▷저성과자 성과 향상 촉진 조치와 괴롭힘 구별 등을 기업의 대응 필요사항으로 꼽았다.

경총 관계자는 “저성과자의 성과 향상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촉진 조치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 부족하다”면서 “기업 내 고충처리위원회 위원들이 사안들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