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 닭백숙에 뜨끈한 온천…이만하면 무릉도원

이은경 | 기사입력 2019/02/22 [11:46]

약수 닭백숙에 뜨끈한 온천…이만하면 무릉도원

이은경 | 입력 : 2019/02/22 [11:46]

 기차와 렌터카로 떠나는 청송 ‘보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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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진보면 신촌약수터 한 식당의 누룽지백숙 상차림. 닭불고기와 닭날개도 인기 메뉴다.

 


경북 청송은 인구수로 전국 261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253위(2019년 1월 기준 2만6,000여명)지만 주왕산, 주산지, 솔기온천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춘 여행지다. 여기에 청송에서만 볼 수 있는 소소한 박물관과 전시관까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서울에서 청송까지 바로 가려면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청송터미널에서 드문드문 다니는 농어촌버스로 흩어진 여행지로 이동하기는 어렵고, 택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결국, 청량리역에서 안동역까지 무궁화호 열차(3시간 30분 소요)로 이동한 후,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안동에서 청송까지는 50분, 서울에서 총 소요시간은 4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자연에 예술을 입히다 ‘영평수석 꽃돌전시관’

“이렇게 희귀한 꽃돌이 참말로 청송에서 나왔습니까?” 관람객의 감탄 섞인 질문에 김시복 ‘영평수석 꽃돌전시관’ 관장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꽃돌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의 갈라진 틈으로 흘러 들어온 마그마가 식어서 줄기처럼 굳은 암맥이다. 청송의 꽃돌은 주왕산 자락 부남면 갈미골 남동쪽 계곡에서 주로 발견된다. 김 관장은 이러한 꽃돌을 발견할 때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눈여겨볼 작품은 ‘황목무진폭병풍’. 세상에서 가장 긴 돌 병풍으로 모란꽃 무늬를 예술로 승화시킨 청송의 보물이다. 입장료 5,000원.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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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수석 꽃돌전시장의 돌 병풍, 황목무진폭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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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발견된 다양한 꽃돌을 전시하고 있는 영평수석 꽃돌전시관.

 


◇전시장에 청량산이? 군립청송야송미술관과 청량대운도

폐교된 신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은 야송 이원좌 화백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자랑으로 내세우는 볼거리는 별도의 전시장을 갖춘 청량대운도(淸凉大雲圖)다. 이 화백이 예술혼을 불태워 그려낸 실경산수화로 길이 46m, 높이 6.7m, 전지 400장 분량의 화폭에 청량산을 표현했다.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커서 관람객이 개미처럼 보이는 마술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입장료 무료. 청송군 진보면 경동로 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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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송 이원좌 화백의 ‘청량대운도’. 실제 청량산을 마주한 것처럼 압도적이다.

 


◇삼색 폭포 힐링코스 주왕산국립공원

주왕산국립공원은 청송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기암괴석과 폭포가 어우러진 명산으로, 돌로 병풍을 친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석병산이라고도 불렀다. 중국 당나라의 주도가 주나라의 부활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후 석병산으로 쫓겨 왔지만, 당나라 임금이 신라 왕에게 주왕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상의주차장~용추폭포~용연폭포~상의주차장(8.6km, 3시간 20분 소요) 왕복 산책로는 자연을 벗 삼아 남녀노소 쉽게 걷을 수 있는 힐링 코스다. 대전사에서 주왕산을 조망한 뒤, 상쾌한 계곡 물소리 따라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중간에 아들바위, 시루봉, 학소대 등 볼거리가 이어져 심심하지 않다. 차례로 만나는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의 빙벽은 마치 무릉도원처럼 보여 실패 없는 ‘인생샷’을 보장한다. 대전사 입장료 3,500원.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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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입구에서 바라본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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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용연폭포.

 


◇물에 잠긴 왕버드나무의 천국 주산지

다음 일정은 3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주산지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원년(1720년) 8월에 착공해 이듬해에 완공한 농업용 저수지다. 길이 100m, 너비 50m, 평균 수심 7.8m 규모로 오랜 시간 가뭄이 들어도 좀처럼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청송 농민의 젖줄이다. 산 속의 작은 호수는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주산지에선 물속에 뿌리를 내린 30여 그루의 왕버드나무가 주인공이다. 겨울 맹추위에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모습에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입장료 없음.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길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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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꽁꽁 얼어붙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산지의 왕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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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오르는 계절이면 이 모습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사들이 몰려 든다.

 


◇청송 보양식 한우와 누룽지백숙

청송에는 먹을 거리도 풍성하다. ‘청하누’는 청송영양축산농협에서 정육점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고기는 항상 옳다’는 명제를 증명한다. 부위별로 골라 즉석에서 구워 입에 넣으면 담백한 맛과 솜사탕보다 부드러운 식감에 반한다. 3~4인 5만원대.

청송 최고의 별미는 약수 닭백숙. 철분 함량이 많은 약수가 닭의 지방을 분해하기 때문에 소화작용을 돕고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식이다. 진보면 신촌약수터의 명궁약수가든(2인 1만7,000원)은 약수 닭백숙의 업그레이드 판 ‘누룽지백숙’으로 유명하다. 약수에 닭과 찹쌀, 녹두 등을 끓인 후 산삼 배양근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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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궁약수가든의 누룽지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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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주왕산온천관광호텔과 솔기온천

청송 여행의 숙소로 휴식과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주왕산온천관광호텔을 추천한다. 객실의 물을 틀면 미끈미끈한 온천수가 나온다. 호텔이 온천이고 온천이 호텔이다. 호텔 옆에는 ‘소나무의 기운’을 담았다는 의미의 솔기온천이 있다. 지하 710m 암반에서 용출되는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이다. 신경통, 류마티즘, 근육통, 피부질환에 좋고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자랑한다. 한 번의 온천욕으로 효과를 입증하기는 힘들겠지만 여행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객실 요금은 6만원부터, 온천은 6,000원(투숙객 3,000원).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315. 청송 여행길에 선물을 구입한다면 아삭아삭한 청송 사과와 사과를 원료로 한 증류주 ‘청송사과 아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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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읍 솔기온천은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이다.

정도를 걷는 얼론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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