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잖아, 좀 바글바글 끓여야지… 부대찌개·간장찜닭 어때?

최윤옥 | 기사입력 2018/12/25 [05:36]

날이 춥잖아, 좀 바글바글 끓여야지… 부대찌개·간장찜닭 어때?

최윤옥 | 입력 : 2018/12/25 [05:36]

 

김수미의 송년 밥상

풀치(갈치의 새끼) 같은 생선은 요즘 시장에서 동났다고 했다. 이름도 잘 몰랐던 바다 생선 박대를 수산시장에서 주문하려면 최소 보름은 기다려야 한다. 이게 다 배우 김수미(69) 때문이다. 그가 방송에서 반찬 만드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 장터는 북적이고 관련 재료는 똑 떨어진다. 쌀밥 안 먹고 한식 잘 안 해먹는다는 요즘, 누가 반찬을 해먹을까 싶지만, 그가 최근 출간한 요리책 '수미네 반찬'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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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두르고 선 김수미. 그는“송년 식탁은 둘러앉아 무릎 맞대고 후후 불며 먹을 수 있는 한식이 최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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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대충대충, 눈썰미와 감으로 음식을 만드는 '엄마 본능'이 비결. 간장 1mL, 설탕 0.1g까지 에누리 없이 계량해 조리하는 시대에 김수미는 어림짐작에 가까운 말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지금 뒤집어. 지글지글 소리가 날 때 뒤집는 거야." "찔러서 푹 들어가면 다 된 거야." "참깨는 적당히 넣어. 예쁘장해질 정도만." 요즘 최고로 핫한 '요리 엄마' 김수미를 21일 일산에서 만났다. "연말에 사람들 불러 뭘 해먹이면 좋겠느냐"고 묻자 김수미가 싱긋 웃었다. "날이 춥잖아. 뭘 좀 바글바글 끓여야지. 다 같이 무릎 붙이고 앉아서 후후 불어가면서 먹어줘야지." 2018년을 따끈하게 마무리해줄 김수미표 송년 밥상 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바글바글 끓인 부대찌개와 간장찜닭

"이름 어렵고 거창한 것보단 누구나 다 아는 음식이 젤 좋아. 부대찌개는 어때? 전골냄비에 멸치 육수 콸콸 붓고 햄·소시지·콩나물 말끔하게 가다듬어 넣어주고 다진 마늘,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섞어 만든 양념장 한 큰술 뚝 떼어 넣고는 보글보글 한소끔 끓여주는 거야."

김수미의 송년 밥상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그 자체. 그가 입만 열어도 이미 칼칼하고 뜨끈한 국물이 자작자작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밥은 따로 안 해도 돼. 조랭이 떡 한 움큼 넣어도 되고, 라면이나 우동을 듬뿍 넣어줘도 좋아. 아, 집에 묵은지 있으면 착착 잘게 썰어 넣고. 국물 맛이 아주 깔끔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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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가 제안한 따끈한 연말 음식을 재현한 식탁. 보글보글 끓는 부대찌개와 윤기 도는 간장찜닭, 꼬막무침과 코다리조림, 동치미가 놓였다. 꽁꽁 언 몸과 맘을 녹여줄 소박한 송년 밥상이다. /이태경 기자, 푸드스타일링=메이스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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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식탁엔 간장찜닭을 추천했다. "잘생긴 생닭 있지? 그걸 큼직큼직하게 토막 내고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후추랑 청주랑 주물주물해서 밑간을 해둬. 여기에 물 한 컵, 간장 한 컵, 올리고당 반 컵, 편마늘 듬뿍 넣고 닭고기 속살에 양념이 밸 때까지 끓여주는 거야. 다진 마늘보단 편 마늘을 많이 넣는 게 맛이 정갈하고 좋아. 생강을 채 쳐서 썰어 넣으면 맛이 더 고급스럽고. 밤이나 대추, 감자나 가래떡을 툭툭 넣어줘도 좋지. 닭에서 우러난 감칠맛 나는 국물이 스며들어 기막힌 맛을 내거든. 아참, 꿀을 마지막에 살짝 넣어주면 윤기가 달라져. 때깔로 먹고 향으로 즐기고 쫄깃한 감촉으로 먹는 거야."

◇더하고 싶을 땐 꼬막무침·코다리조림

한 가지만 내놓기 고민될 땐 요즘 제철인 꼬막무침이나 코다리조림을 더한다고 했다. 깨끗이 해감한 꼬막이 입을 슬쩍 벌릴 때까지 끓는 물에 삶아 살을 발라낸다. 오이·홍고추·청고추를 숭숭 반달썰기로 썰어 넣고 미나리도 숭덩숭덩 썰어 넣은 뒤, 고추장, 고춧가루, 까나리 액젓, 간장, 다진 마늘 섞어 만든 앙념장에 버무려주고 꼬막 살과 부추·쪽파를 넣고 다시 버무린 뒤 통깨로 마무리하면 끝! 코다리조림은 손질한 코다리를 물 800mL와 간장 두 국자를 넣고 끓인 물에 30분쯤 함께 끓인 다음, 홍고추, 양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다시마 2장을 넣고 약한 불에 좀 더 끓여준다. 매실액과 꿀, 후춧가루를 조금씩 넣어주면 맛이 달라진다고. 김수미는 "손님들이 싹싹 긁어 먹고 가는 것보다 더한 복도 없다"고 했다. "우린 다 그 복으로 사는 거야. 같이 먹고, 나눠 먹고, 함께 먹고. 2018년 깨끗이 싹싹 먹어주는 기분으로 잘 보내고 새해 잘 맞자고요."

하늘은 슷로 돕는자를 돕는다 지성이면 감천 민심이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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