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유세 인상 시동-강남 다주택자 종부세 2배…7천억 추가부담

김선경 | 기사입력 2018/07/09 [11:19]

정부 보유세 인상 시동-강남 다주택자 종부세 2배…7천억 추가부담

김선경 | 입력 : 2018/07/09 [11:19]

 

매경이코노미

정부가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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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을 검토·조율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에서 공평과세와 점진적 개편 등 과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제한적으로 올리는 대신 과세표준 구간별 누진세율을 소폭 인상했다. 재정개혁특위가 정부 선택을 요구하며 여지를 남겼던 3주택 이상자에 대한 추과 과세는 과표 6억원을 초과한 다주택자에 0.3%포인트를 추가로 과세키로 했다. 전반적으로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권고안보다 강도가 더 세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세제 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보유세 개편안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어 입법 절차를 거쳐 내년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장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한쪽에서는 “강도가 약해 실망스럽다”며 비판하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시가격 상승과 맞물리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종부세 개편안 발표

▷단계적 인상으로 확정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수정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보유세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을 말한다.

당초 재정개혁특위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씩 인상해 100%까지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90%까지만 제한적으로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80%인 비율이 내년에는 85%로, 2020년에는 90%로 조정된다. 최근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른 부분과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주택 60%, 토지 70%)과 격차가 고려돼 점진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둘째는 종부세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주택에 한해 0.5~2% 적용하는 세율을 0.5~2.5%로 높인다. 종부세 주택 세율은 노무현정부 당시 최고 3%였고 이명박정부에서 2%로 인하했다.

종부세 개편은 주택의 경우, 과표 6억원 이하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는 특위 권고안과 같았지만 6억~12억원 과표 구간은 0.05%포인트 인상안에 0.05%포인트 더 올려 0.1%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는 과표 6억~12억원 구간이 고가의 주택에 해당됨에도 특위 권고안의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누진도를 강화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이 과표 구간의 시가는 22억~33억원이며, 다주택자의 경우는 19억~29억원 수준에 해당된다. 나머지 12억~50억원, 50억~94억원, 94억원 초과 구간은 특위안대로 0.2~0.5%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김동연 부총리는 “낮은 보유세 부담은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부담을 해야 한다는 공평과 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며 “소득의 양극화, 공정한 보상체계 훼손, 비효율적 자원배분 문제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총 34만9000명이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이며, 예상 세수 효과는 742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자로 0.3%포인트 추가 과세를 적용받는 대상자는 1만1000명 정도로 예상된다. 공시가 12억원인 주택은 종부세가 약 9만원 정도 오르게 되며, 16억5000만원일 경우 173만원, 24억원일 경우 568만원, 35억원일 때는 1179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 인하 방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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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반응

▷부담 커졌다 vs 실효성 없다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개편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증액 대상자를 대부분 종부세 납부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뉜다. 이번에 보유세 개편안은 종부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종부세 세율 인상 폭도 이명박정부 당시 대폭 완화된 수준을 회복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공시지가 반영 비율을 현실화하는 작업은 여전히 중장기 과제로 남았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보여주기식 권고안’이라고 혹평한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이 정도 미약한 개편으로는 향후 개발 호재 등이 있을 때 부동산 광풍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가 아닌 투기성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세금 부담 증가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개혁특위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올해 비교적 많이 인상됐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내년에 5%포인트 인상으로 시작하지만 2022년까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내부적 견해를 갖고 있다”며 “세금 부담을 급격히 올리는 대신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1주택자는 보유 기간과 연령에 따라서 최대 7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종부세 부담이 큰 사람은 주택의 숫자를 줄이거나 임대주택으로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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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개편 이제 시작?

▷올 하반기 재산세 인상 거론

보유세 개편안 밑그림이 공개됐지만 아직까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담담한 모습이다. 보유세 개편안이 종부세 인상에 맞춰졌지만 인상 폭이 예상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끼칠 충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은 매도 호가가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수차례 예고한 만큼 이미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공동명의, 증여 등을 통해 부담을 줄인 사람도 많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때도 대체로 사람들은 매도보다 보유를 택했다”며 “연간 100만~200만원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고액 자산가에게 몇백만원 보유세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세금 부담보다 앞으로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몇 가지 있다. 재산세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다. 이번 보유세 개편안에 빠졌지만 재정개혁특위는 올 하반기 논의 과제 중 하나로 재산세 증세 문제를 꼽았다.

정부 방침은 ‘선 종부세·후 재산세 개편’이다. 재산세 개편에 따른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재산세수는 9조9299억원, 종부세수는 1조5298억원이다. 종부세는 주택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상(1주택자는 9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세금이 매겨진다. 재산세는 집을 보유했다면 누구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재산세율 인상이 가져올 조세 저항이 종부세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르면 연말에 내놓을 현실적인 방안은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거론된다. 세율 조정과 달리 정치적 부담도 적고, 국회 문턱을 넘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현재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주택 기준 60%로, 종부세(80%)보다 20%포인트 낮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연 5%포인트씩 높아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 권고안을 만든 재정개혁특위 내에서도 “종부세와 재산세 간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공시가격 인상이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 아파트 등 공동주택·단독주택에 대한 현재 적정 가격을 조사해 4월 30일 공시하는 제도다.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문제는 공시가격이 시세와 비교해 약 50~7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최승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표 6~12억원 0.1%p·3주택 이상 0.3%p 인상

점진적으로 개편,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 없던 일로


이번 정부 발표에는 빠졌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가능성을 끊임없이 내비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문가 자문과 의견 수렴을 거쳐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형평성 등을 강화한 제도개선안(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공시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시세의 50~70% 정도인 공시지가 비율에 대해 “몇 % 달성이라는 목표치를 검토한 적은 없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다.

공시가격 인상은 종부세나 재산세 인상보다 더 큰 태풍이 될 수 있다. 세율 인상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여러 세금을 매기는 데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다른 세금도 함께 오른다.

현재 시세가 39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의 올해 공시가격은 19억7600만원이다. 실거래가 반영률은 50.6%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소유자(1가구 1주택자의 경우)는 재산세 474만원, 종부세 510만원(농특세 제외)을 합쳐 984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실거래가 반영률이 80%로 오르면 공시가격은 31억200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종부세만 약 19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재산세도 748만원으로 약 두 배 오른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시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부세 인상은 부유층을 겨냥한 ‘핀셋 증세’에 가깝지만 공시가격 인상은 서민이나 중산층 세금 부담도 증가하는 ‘보편 증세’다. 광범위한 증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훨씬 심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조정하면 결과적으로 서민 등 저소득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종부세 대상자에게만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조정한다는 것은 형평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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