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진한 파랑의 2가지 색으로 6차례 교차하며 칠해진 것은 티베트 민족의 기원이 된 세·무·동·통·드루·라의 6개의 씨족을 티베트의 두 수호신장 네충(Gnas-chung)과 팔덴라모(Palden Lhamo)가 영원히 지켜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충은 1959년 티베트가 중국에 복속될 때까지 모든 중대사를 자문하던 티베트의 철인(哲人)인 동시에 민속신앙의 주술적 능력을 갖춘 승려를 말한다. 불교 및 민속종교의 신 페하르(Pe-har)의 최고 매개인으로 5대 달라이라마(1617~82)때부터 정부 고문관으로 임명된 그는 1년에 한 번 신년축제기간 무아경(無我境)에 빠져 그해에 일어날 국가의 일들을 예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물론 새로운 달라이 라마를 물색할 때마다 조언하는 역할도 맡는 신인(神人)이라고 보면 된다. 판덴라모는 여성신으로 겔룩파인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를 지키는 겔룩파의 수호신이다. 슈리데비라고도 하는데 오불의 하나인 아크쇼부야이며, 마하칼라의 화신이다. 힌두교에서는 비슈누의 본처이기도 하다. 결국, 두 수호신의 존재는 달라이라마의 신정정치가 영원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단에 마주한 쌍사자가 한발씩 올리고 있는 원형의 보석은 태극이 아니라 십선업법(十善業法, lha chos dge ba bcu)과 십육정인법(十六浄人法, mi chos gtsang ma bcu gnyis)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십선업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鬪盜), 불사음(不邪淫), 불양설(不兩說), 불악구(不惡口), 불기어(不綺語), 불망어(不妄語), 불탐심(不貪心), 불진심(不瞋心), 불치심(不癡心)을 말한다. 쉽게 요약하면 생명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거짓말을 안 하며, 이간질하지 말며, 욕하지 않고, 말을 꾸미거나 잡담을 말며, 탐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바로 십선업이다.
십육정인법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티베트인들은 누구나 아는 송첸캄포왕이 만든 “삼보를 스승으로 공양하고 정법을 이뤄야 하며 부모에게 효도하며, 공덕 있는 이를 공경하고, 뛰어난 종족과 장로를 섬기며, 사람들과 견실하게 사귀며, 이웃에게 도움을 주며, 남의 말에 좌우되지 말고 심지를 굳건히 하며, 품위 있는 행을 닦으며, 극단적인 행에 빠지지 않게 행하며, 은혜를 잊지 말며, 장사에 속임수를 쓰지 말며, 친소를 구별하거나 남의 재산을 시기하지 말고, 나쁜 친구의 말에 속지 말며, 온화한 말씨를 사용하며, 불법과 정치 모두 노력하는 큰 뜻을 가져야 한다”는 열여섯 가지의 가르침이다. 참으로 심오한 뜻이기는 하나 정말 이러한 뜻으로 만든 것인지 의문스럽다. 달라이라마대표부의 설명을 보면, 어느 것이 주황색이며 어느 것이 파란색인지조차 구분을 안 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의문은 더 커진다.
일본인 아오키분쿄(青木文教 : 1886〜1956)는 1920년에 출판한 ‘비밀의 나라 서장 유람기(祕密之國 西藏遊記)’에서 당시 티베트군사고문이었던 야지마야스지로(矢島保治郎)가 아닌 자기가 티베트군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티베트군 사령관과 함께 그동안 티베트 군기에서 사용된 설산, 사자, 태양 등의 기호들을 모으고 당시 일본 제국의 육군이 쓴 욱일승천기를 합쳐서 새로운 군기를 만든 게 지금의 티베트 국기라고 한다. 아오키는 시가켄(滋賀県)의 정복사(正福寺)에서 태어난 세습승려로서 일본 불교 최대종파 가운데 하나인 정토진종(浄土真宗)의 본원사파(本願寺派)가 만든 류고구대학(龍谷大学)재학시인 1910년 타다코간(多田等観)과 함께 쇄국하던 티베트에 파견돼 1912년에 라싸에 들어가 5년 동안 체재하며 달라이라마 13세와 친교를 맺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외무성의 촉탁으로 1942년 베이징에 있던 티베트정부대표단의 방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종교 사절이었던 그들이 비밀리에 외무성·참모본부·문부성과 접촉한 결과로 일본군의 공로라싸진주작전안(空路拉萨進駐作戦案)이 만들어진 비화가 담긴 외교문서가 2009년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티베트 국기 자체가 군기를 사용한 것이며 내용적으로도 정신적․세속적 승리를 강조한 것이 적지 않다. 또 티베트군사고문이었던 야지마야스지로(矢島保治郎)든 아오키든 일본인이 만든 군기가 맞는다면 달라이라마 대표부가 국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원래 만든 의미와 다른 것이 된다. 어쨌든 동아시아인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패망한 제국주의 시대 일본, 아직도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일본인이 만들었던 군기를 평화를 강조하는 달라이라마의 티베트망명정부가 지금도 계속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이 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