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국기, 알고보니 일본 전범기?

연합신보 | 기사입력 2013/10/28 [10:42]

티베트 국기, 알고보니 일본 전범기?

연합신보 | 입력 : 2013/10/28 [10:42]

 
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34>

티베트는 국가가 아니므로 국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망명정부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많은 티베트 관련 단체는 이를 정부로 인정하고 지원한다.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수많은 NGO 등의 단체가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원한다고 해도 티베트망명정부는 UN에 가입될 수 있는 정식 국가가 아니다. 인권문제와 관련해 중국정부를 계속해서 자극해 온 미국과 영국조차도 “하나의 중국, 티베트도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데 수차례 동의했다. 티베트망명정부에 우호적인 미국, 영국 등 서구 어느 한 나라도 티베트를 정식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다. 심지어 임시정부가 있는 인도조차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으며, 앞으로 중국과의 미래적인 외교관계로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 티베트망명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국기는 1959년 이후 망명 티베트인들이 만든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티베트망명정부에 의하면 이 국기는 송첸캄포왕대에 왕의 예하 군대 가운데 하나인 야루토군의 군기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야루마군의 군기가 한 마리의 설사자(Snow Rion)가 있는 데 반해 야루토군의 군기에는 지금의 티베트 국기와 마찬가지로 한 쌍의 설사자가 마주하고 있다. 이후로도 계속 사용된 군기가 1912년 제13대 달라이라마 시대에는 왕실군대뿐만 아니라 군과 관련된 모든 조직에서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9세기 티베트 왕조가 멸망한 이후 티베트군은 존재하지 않았다. 청대 건륭제가 1793년에 반포한 ‘흠정장내선후장정이십구조(欽定藏内善後章程二十九條)’에는 “티베트에는 상비군이 없어 백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어서 3000명의 병사로 구성된 상비군을 창설한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티베트 국기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을 듯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1934년 9월호는 설산사자기의 사진을 표지에 게재하고 “우뚝 솟은 설산을 뒤로, 두 마리의 설사자가 불타오르는 보석을 서로 빼앗고 있다. 티베트 깃발은 동양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특징적인 깃발 가운데 하나다.”라며 소개하고 있다. 1947년 인도 뉴델리에서 네루 총리가 개최한 아시아관계회의에 참가한 티베트 대표단 뒤로는 티베트가 독립국으로 쓰인 지도와 함께 티베트 국기가 명확하게 그려져 있었다. 따라서 1959년 망명 이전 아마도 1912년에 제정되고 사용된 이 깃발을 티베트 정부기나 설산사자기가 아닌 티베트 국기라 칭해도 문제는 없을 듯하다. 현재는 티베트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깃발은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돼 발각되면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 금고형에 처한다.

달라이라마대표부의 따르면, 불교적 의미가 깊은 국기 가운데 하단의 흰색 삼각형은 설산 히말라야로 설산에 둘러싸인 땅 티베트를 상징한다. 정중앙의 태양은 티베트 국민의 자유와 평등, 정신적·세속적인 번영을 뜻한다. 한 쌍의 설사자의 용감한 모습은 티베트의 완전한 승리를, 설사자가 발톱을 감춘 발로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3개의 빛나는 보석은 불법승의 삼보를 의미한다. 국기의 노란색 테두리는 불교가 모든 장소에서 영원히 번영하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한쪽 테두리가 없는 것은 불교 이외의 다른 종교의 가르침과 사상에도 열려 있음을 나타낸다.


빨강과 진한 파랑의 2가지 색으로 6차례 교차하며 칠해진 것은 티베트 민족의 기원이 된 세·무·동·통·드루·라의 6개의 씨족을 티베트의 두 수호신장 네충(Gnas-chung)과 팔덴라모(Palden Lhamo)가 영원히 지켜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충은 1959년 티베트가 중국에 복속될 때까지 모든 중대사를 자문하던 티베트의 철인(哲人)인 동시에 민속신앙의 주술적 능력을 갖춘 승려를 말한다. 불교 및 민속종교의 신 페하르(Pe-har)의 최고 매개인으로 5대 달라이라마(1617~82)때부터 정부 고문관으로 임명된 그는 1년에 한 번 신년축제기간 무아경(無我境)에 빠져 그해에 일어날 국가의 일들을 예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물론 새로운 달라이 라마를 물색할 때마다 조언하는 역할도 맡는 신인(神人)이라고 보면 된다. 판덴라모는 여성신으로 겔룩파인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를 지키는 겔룩파의 수호신이다. 슈리데비라고도 하는데 오불의 하나인 아크쇼부야이며, 마하칼라의 화신이다. 힌두교에서는 비슈누의 본처이기도 하다. 결국, 두 수호신의 존재는 달라이라마의 신정정치가 영원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단에 마주한 쌍사자가 한발씩 올리고 있는 원형의 보석은 태극이 아니라 십선업법(十善業法, lha chos dge ba bcu)과 십육정인법(十六浄人法, mi chos gtsang ma bcu gnyis)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십선업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鬪盜), 불사음(不邪淫), 불양설(不兩說), 불악구(不惡口), 불기어(不綺語), 불망어(不妄語), 불탐심(不貪心), 불진심(不瞋心), 불치심(不癡心)을 말한다. 쉽게 요약하면 생명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거짓말을 안 하며, 이간질하지 말며, 욕하지 않고, 말을 꾸미거나 잡담을 말며, 탐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바로 십선업이다.

십육정인법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티베트인들은 누구나 아는 송첸캄포왕이 만든 “삼보를 스승으로 공양하고 정법을 이뤄야 하며 부모에게 효도하며, 공덕 있는 이를 공경하고, 뛰어난 종족과 장로를 섬기며, 사람들과 견실하게 사귀며, 이웃에게 도움을 주며, 남의 말에 좌우되지 말고 심지를 굳건히 하며, 품위 있는 행을 닦으며, 극단적인 행에 빠지지 않게 행하며, 은혜를 잊지 말며, 장사에 속임수를 쓰지 말며, 친소를 구별하거나 남의 재산을 시기하지 말고, 나쁜 친구의 말에 속지 말며, 온화한 말씨를 사용하며, 불법과 정치 모두 노력하는 큰 뜻을 가져야 한다”는 열여섯 가지의 가르침이다. 참으로 심오한 뜻이기는 하나 정말 이러한 뜻으로 만든 것인지 의문스럽다. 달라이라마대표부의 설명을 보면, 어느 것이 주황색이며 어느 것이 파란색인지조차 구분을 안 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의문은 더 커진다.

일본인 아오키분쿄(青木文教 : 1886〜1956)는 1920년에 출판한 ‘비밀의 나라 서장 유람기(祕密之國 西藏遊記)’에서 당시 티베트군사고문이었던 야지마야스지로(矢島保治郎)가 아닌 자기가 티베트군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티베트군 사령관과 함께 그동안 티베트 군기에서 사용된 설산, 사자, 태양 등의 기호들을 모으고 당시 일본 제국의 육군이 쓴 욱일승천기를 합쳐서 새로운 군기를 만든 게 지금의 티베트 국기라고 한다. 아오키는 시가켄(滋賀県)의 정복사(正福寺)에서 태어난 세습승려로서 일본 불교 최대종파 가운데 하나인 정토진종(浄土真宗)의 본원사파(本願寺派)가 만든 류고구대학(龍谷大学)재학시인 1910년 타다코간(多田等観)과 함께 쇄국하던 티베트에 파견돼 1912년에 라싸에 들어가 5년 동안 체재하며 달라이라마 13세와 친교를 맺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외무성의 촉탁으로 1942년 베이징에 있던 티베트정부대표단의 방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종교 사절이었던 그들이 비밀리에 외무성·참모본부·문부성과 접촉한 결과로 일본군의 공로라싸진주작전안(空路拉萨進駐作戦案)이 만들어진 비화가 담긴 외교문서가 2009년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티베트 국기 자체가 군기를 사용한 것이며 내용적으로도 정신적․세속적 승리를 강조한 것이 적지 않다. 또 티베트군사고문이었던 야지마야스지로(矢島保治郎)든 아오키든 일본인이 만든 군기가 맞는다면 달라이라마 대표부가 국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원래 만든 의미와 다른 것이 된다. 어쨌든 동아시아인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패망한 제국주의 시대 일본, 아직도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일본인이 만들었던 군기를 평화를 강조하는 달라이라마의 티베트망명정부가 지금도 계속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 이 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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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Нечестивые японских 2013/11/03 [17:59] 수정 | 삭제
  • В чужой монастырь со своим уставом не ходят. Врачу, исцелится сам! Кто не работает, тот не ест. Не так страшен чёрт, как его малюют! Сопожник без сопог (Портной без порток). Сам накликал на себя беду. Вы знаете, что должно быть приоритетом прав человека и антияпонской: какие?
  • Ein boser Japanisch 2013/11/03 [17:46] 수정 | 삭제
  • http://crx7601.com/archives/34386548.html Denke nicht so oft an das, was dir fehlt, sondern an das, was du hast. Sudkorea die Entwicklung von der Barbarei zur Dekadenz ohne Umweg uber die Kultur. Lieber von den Richtigen kritisiert als von den Falschen gelobt we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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