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설움 날릴 LG화학 배터리 질주

서장훈 | 기사입력 2020/07/30 [08:05]

LG반도체 설움 날릴 LG화학 배터리 질주

서장훈 | 입력 : 2020/07/30 [08:05]

  © 국민정책평가신문


 
제2의 반도체는 전기차 배터리다. 시장이 그렇게 말하고 학계가 그렇게 평한다. 정부 인사들도 입을 모아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이므로 판을 깔아주겠다고 나섰다.

마침 재계도 움직였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연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다. 글로벌 완성차 무대에서 뛰는 현대차 스스로가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이면에선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손을 잡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총수들이 직접 만났으니 협력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비즈니스맨은 없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른 협상 구체화와 시장에 던질 메시지가 연달아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당장 집중 관심받는 쪽은 LG화학이다. 누가 뭐래도 전기차 배터리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세상 주식’으로 불리는 테슬라를 비롯해 아우디, 볼보, 다임러, 포르쉐 등이 LG화학 고객사로 알려졌다. GM과는 아예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이익도 11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흑자 전환이다. 기존의 석유화학부문 매출 비중이 44.9%로 조정되고 전지사업부문 퍼센트는 40.7%까지 달할 참이다.

이를 보는 LG의 분위기도 야심 차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표정 관리가 감지된다. 제2의 반도체라는 시장의 평가에선 묘한 기시감마저 느끼는 인사도 있다. 제2의 반도체라고 하니 제1의 반도체가 있을 터인데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휩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LG에겐 빼앗긴 무대다.

널리 알려졌듯 LG 안에서 반도체는 아픈 단어다.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정부의 ‘재벌 빅딜’로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매각됐다. 당시 “모든 것을 다 버렸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던 고 구본무 회장의 속은 그만큼 타들어 갔다. 구 회장은 속상함에 오랜 기간 전경련에 발길을 끊기도 했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구광모 회장이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CEO로 영입하면서 배터리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이란 예상이 고개를 들었다. 구 회장의 ‘1호 영입’이자 그간 LG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외부 인사 등용이었다.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인 3M에서 일하며 원칙대로 굵직한 소송전에 임한 이력을 되짚기도 했다.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인 ‘정’에 이끌리거나 ‘공과 사’가 애매하게 얽히는 일은 앞으로 LG화학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한 예측은 실제로 맞아떨어졌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기술 유출 혐의에 대한 국제 소송에 나섰다. 이는 재계에서 조용하고 신사적으로 인식된 LG 이미지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LG가 앞으로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LG화학의 행보와 전기차 배터리 속도전을 지켜보는 시선도 연장선에 있다. LG화학이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를 겪는 등 잡음에 시달렸지만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시장에서 먼저 미래 가치엔 이상 없다고 정리했다. 디지털 전환을 내걸어 비전을 제시한 동시에 발 빠른 사고 수습에 나선 신 부회장에 대한 구 회장의 믿음도 확고하다는 게 LG그룹 내부 평가다.

모두가 제2의 반도체로 전기차 배터리를 꼽지만 LG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 대신 ‘제2의 가전’으로 적어넣는 게 맞다. 최근 LG전자는 월풀을 제치고 가전 사업 세계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그룹 성장 동력으로 트랙에 올랐다. 반도체에서 ‘통한의 역사’를 가진 LG의 전기차 배터리 질주가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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