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세포 깨우는 레트로 감성멜로

오은서 | 기사입력 2019/08/29 [11:01]

연애세포 깨우는 레트로 감성멜로

오은서 | 입력 : 2019/08/29 [11:01]

 

씨네LOOK…'유열의 음악앨범'

이데일리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서로를 그리워했었는지 모르네”(토이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가사 일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말하는데 우연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인연이라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우연이 엇갈리는 순간에도 이 노랫말처럼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떠올렸을지 모를 일이다. 인연을 만드는 우연의 힘은 실로 강력하다. 어떤 이는 우연을 ‘신의 가명’이라 말하고, ‘유열의 음악앨범’은 ‘기적’이라 말한다.

1994년 어느 날 아침, 대학생 미수가 언니와 둘이서 꾸려가는 제과점에 우연히 현우가 들어선다. 아무런 표정을 담지 않은 얼굴로 두부를 찾던 현우는 라디오 주파수 너머로 첫인사를 건네는 가수 유열의 목소리에 “기적이 일어났다”며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담는다. 현우와 미수, 두 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많은 멜로 영화들에서 이야기한 남녀 사이의 우연과 인연을 그린다. 현우와 미수는 ‘유열의 음악앨범’을 시작한 1994년 처음 만나 IMF외환위기의 1997년, 새 천년을 맞은 2000년, ‘보이는 라디오’를 선보인 2005년 만남을 거치며 닿을 듯 말 듯 우연과 인연을 반복한다. 설레고 벅차고 아쉽고 애타는 순간의 연속들. 영화는 이를 통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봤을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건드린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동류의 영화들과 차별화된 흥미로운 지점은 로맨스에 자존감을 끌어와서다. 실제 많은 남녀가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처럼 대단한 또는 특별한 계기로 다투거나 헤어지지 않는다. 대개는 사소한 문제로, 그것은 서로의 자존감 또는 자존심을 다친 데에서 시작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내가 좀 후진 상황”라며 “좋을 때 다시 보자”는 미수나,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바라는데 난 강력한 한 두 개만 있으면 된다”며 “네가 그런 사람”이라는 현우의 대사로 관계 속의 자존감 문제를 짚는다. 영화는 자존감에 대한 주인공의 입장차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엇갈리는 관계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사랑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레트로, 복고다. 실제로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를 비롯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중에게 사랑받은 히트곡들, 라디오·공중전화·PC통신·휴대폰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콘텐츠와 소품들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는 급변하는 사회와 불안한 시대상을 포착해내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 시대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젖어들게 한다. 특히 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들이 공감할 영화다. 영화를 통해서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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