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추행 불기소 처분 났어도 무고죄 단정 못해”

김석순 | 기사입력 2019/07/15 [09:37]

대법 “성추행 불기소 처분 났어도 무고죄 단정 못해”

김석순 | 입력 : 2019/07/15 [09:37]

 

상사 고소 여성 역고소에 유죄 원심

“호감 관계여도 기습키스는 성추행… 성인지 감수성 고려해야” 파기환송

직장 상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되레 무고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30대 여성에게 대법원이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른바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폭로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피해자의 신고에 일부 과장이 있더라도 무고로 볼 수 없고, 가해자의 역고소에 제동을 건 상징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KBS 비정규직 직원이던 A 씨는 2014년 6월 “직장 상사가 강제로 포옹하고 입을 맞췄다”며 B 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2015년 2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 씨는 불기소됐다. 이에 B 씨는 A 씨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 사실에 관해 불기소 처분 내지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무고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처음 언급한 성인지 감수성이 무고죄 사건에서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호감을 가진 사이라도 상대방이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면 성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일정 수준의 신체 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A 씨는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 접촉에 대해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당초 A 씨의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고, 배심원 7명 중 6명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도 1심과 판단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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