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군 찾아 집 팔아 전세로 5·6학년 강남·목동·중계동 몰려 “학원 많고 특목고·SKY 잘 보내” 중계동 초등교 따라 집값 3억차 [교실이데아 2019] 초등 때부터 입시 위한 이주…‘교육 난민’ 자처
“연고가 특별히 없어 그런지 아직도 동네가 좀 불편하네요. 둘째 대학 갈 때까지만 눈 딱 감고 교육 난민 생활 하는 거죠, 뭐.”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일곱 살 딸을 둔 김민희(42·여·자영업)씨는 지난해 가을 서대문구에서 노원구 중계동으로 이사 온 초보 ‘중계맘’이다. 이사는 다소 갑작스러웠다. 김씨의 사업장도, 회사원인 남편의 직장도 시내 쪽인 데다 육아를 도와주는 친정 어머니가 바로 옆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서 이사 갈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 중계동에 왔을 때 김씨는 두 번 놀랐다고 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빼곡하게 조성된 학원가를 보고 한 번, 너무 불편한 대중 교통편에 또 한 번이었다. 가장 가깝다는 중계역이나 상계역도 도보로 30분은 족히 걸렸고, 시내까지 돌아오려고 보니 버스도 한두 번은 갈아타야 했다. “중계동 은사에만 넣어놓으면 기본은 다 해결돼”
그래도 이사한 것은 중계동에 사는 학교 후배의 설명에 공감해서였다. “언니, 여기는 다른 건 아무것도 없고 정말 그냥 학군이야. 여기 중학교들, 강북에서 특목고 많이 보내는 걸로 유명해. 고등학교들도 다 서울대 잘 보내고. 언니도 맞벌이인데, 솔직히 애들 따라다니면서 하나하나 신경 못 쓰잖아. 여기 은사(은행사거리) 학원에 애 넣어놓으면 진짜 기본은 다 해결돼. 주변에 술집이나 노래방 같은 것도 거의 없잖아.”
아이가 벌써 중학생인 후배는 중계동 내에서만 세 번 이사하며 10년째 전세살이 중이다. 김씨는 살던 집을 팔고, 중계동에서 인기가 좋다는 초등학교 학군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했다. 김씨 부부의 통근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친정 어머니가 집에 와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그의 어머니도 덩달아 교육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조기 유학도 못 보내주는데, 이 정도쯤이야. 몇년만 참자.’ 김씨는 오늘도 이렇게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고학년 되면 강남·노원·양천에 대거 유입
과거 명문학군은 고교를 뜻했다. 이제는 초등학교부터였다. 중앙일보는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초등학교 학군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 알리미’(www.schoolinfo.go.kr) 공시 정보를 기반으로 고학년(4~6학년) 학생 수가 저학년 수(1~3학년)보다 많은 초등학교들을 분석했다. 고학년 수의 증가는 전학 오는 학생이 많다는 뜻이다. 입시 컨설턴트들이 대학 진학 준비를 위한 적절한 전학 시기를 초등학교 5~6학년으로 꼽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서울 초등학교 596개 중 지난 3년(2016~2018년) 간 고학년 수가 더 많은 초등학교 각 50개씩을 추출해보니 이 중 3년 연속 50위 안에 든 학교는 20개였다. 소재지별로 노원구와 양천구에 있는 초등학교가 각 6개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가 5개교로 뒤를 이었다. 20개 학교 근처에는 여지 없이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들과 대형 학원가가 위치했다.
명문초 배정 여부에 아파트 시세도 달라져
이처럼 초등학교에서부터 대입 준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은 자연스럽게 ‘아파트 학군’ 형성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가격도 이에 따라 형성됐다. 명문초 대부분 '과밀 학급' 아이들은 더 스트레스
하지만 이런 초등학교들은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0명대 후반이거나 30명을 훌쩍 넘는 과밀 학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2.3명이다. 학습 부진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도해온 경력 35년의 영어 교사 송형호씨는 “부모는 특목고 잘 보낸다고 이른바 명문이라는 학교에 아이들을 꾸역꾸역 집어넣지만 이에 따라 정서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국민정책평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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