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보다 더 투자…'알아서 혼자하라'는 건 어려운 상황"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첨단 반도체 팹(생산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조원가량이 든다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설비투자에 관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미국·일본 따라갈 수밖에 없어" 미국과 일본 등은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과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은 세제 지원 위주다. 정부는 현실적인 이유로 반도체산업에 보조금보다는 세제·금융 지원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서 지어야 한다"며 "최근 팹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저희가 대충 계산하는 게 20조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우는 쌓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이러다 보니까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팹에 20조원을 투자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도체산업이 상당히 커서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 임팩트가 엄청나게 크다"며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주셔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HBM이 잘 팔려서 좋고 행복한 고민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고 애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이 일어나면 배터리와 똑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주요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을 거론하며 "이렇게 해줘야 자기네 나라에 와서 팹을 짓거나 생산하니까 미국도 하는 것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밝혔다. ◇ "상속세, '디테일' 연구해 경제 성장 방향으로 진화해야" 최근 재계에서 국회에 의견을 많이 내는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업별 상황에 맞춘 섬세한 제도, 즉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최 회장은 주문했다. 그는 "상속세율이 50%인데 할증이 붙으면 60%이고, 40%로 내린다고 하면 40%가 정답이고 50%는 아니라는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며 "조금 더 디테일이 필요하고, 그 디테일은 어떤 기업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걸 받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 법은 그게 없다"며 "그냥 모든 사람은 다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이 받는 상속 금액의 몇 퍼센트를 당장 내세요', 혹은 '5년간 잘라서 낼 수 있도록 합시다' 정도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고민을 좀 더 해서 가능한 한 기업을 좋게 잘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상속세가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디테일의 연구가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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